글. 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 김달현 사무국장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신활력플러스’ 사업공모를 시작하였다.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농촌신활력 사업이 문재인 정권에 들어오면서 신활력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사업지원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조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원주는 공모 첫해 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라고 하는 로컬푸드 중심의 사업내용으로 지원하여 선정되었고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 소개
원주가 로컬푸드를 선택한 배경에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도농복합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표는 농촌지역 인구불균형으로 인한 소멸위험과 0.5ha 미만 소작농가 증가 등으로 인한 소득불균형이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역사적으로 보면, 원주에선 1960년대 신용협동조합을 시작으로 1980년대 유기농을 기반으로 한 생협운동이 진행되었고, 1990년대에 넘어오면서 본격적인 지역운동 차원에서의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되었다. 원주협동조합협의회(현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등을 통해 급식조례 외에 원주푸드 관련 조례제정 및 원주푸드종합센터 건설까지 지역식량자급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많은 논의 및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에 대한 결과물로 원주푸드종합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통체계가 구축되었지만, 여전히 원주푸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 부족이나 농가 및 소비조직을 위한 교육, 로컬푸드 문화 확산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숙제로 남겨두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의 사업내용을 보면 크게 세 분야로 구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농촌지역을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가공시설 지원이나 체험마을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기존에 건물 중심이 아닌 대규모는 아니지만, 사무국과 함께 논의해나가며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설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며 지원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사업을 위한 컨설팅, 판로지원, 홍보, 예약시스템 등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원주푸드 인증을 매개체로 도시와 농촌의 관계 형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원주푸드 인증은 농산물에 한하여 3자 인증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기농, 무농약 인증방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직접인증 방식, 즉 소비자가 농민을 만나서 직접 인증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농산물 외에도 가공품, 식당이나 장터 같은 장소인증, 사람에 대한 인증 등 현재 원주푸드 조례에 나와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소비조직과 농민조직을 만들기 위한 교육, 행사, 전문가 육성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후속사업으로 소비자, 농민, 사회적경제 등 각 주체들이 모여 지역 먹거리 체계에 대한 원주만의 방식을 만들기 위하여 지속적인 사업내용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중장기 계획 및 필요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까지 사업 소개라 한다면 늘 그렇듯이 계획과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늘 괴리가 존재한다. 2019년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될 해에 전세계적 재앙인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많은 행사가 취소되고 교육, 회의 등 대면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업은 계속 연기되었다. 로컬푸드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떻게든 만나서 함께 나누는 것이 핵심인데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그래서 우리는 사업방식의 변경을 위하여 로컬푸드의 목적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로컬푸드의 목적은 무엇인가?
흔히들 유통구조개선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선한 먹거리를 지역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보통 로컬푸드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거래방식이 제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신선한 먹거리는 이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촌의 현실은 수도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국 농민들의 전쟁터로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대농 위주의 대량 생산 구조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로컬푸드 혹은 지역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농 외에 중소농, 고령농 등 농업 소멸의 가장 최전방에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농민들을 우선으로 보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분들이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지역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그러면 중소농민들이 좀 더 안전한 방식의 농사를 지으면서 더욱 구매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로컬푸드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소가족에 코로나 이후 배달앱이 성장하고 밀키트가 발전되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집에서 주문하면 반나절이면 배달되는 시스템이 정교해져 간다. 점점 먹는다는 행위가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는 것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바뀌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래서 먼저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일반 시민들에게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집에서 간단하지만 특별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 꾸러미를 만들어 200명에게 나누어주게 되었고, 꾸러미만 나누어주면 안 될 것 같아서 직접 꾸러미를 가지고 요리하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요리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면 다음에도 받을 수 있는 ‘요린이챌린지’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요리사자격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선발하여 요리를 통해 원주푸드를 홍보할 수 있는 강사들을 선발하여 6개월 정도의 교육 후에 오프라인 푸드클래스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매주 7회, 매달 30여 회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특별반을 개설하여 관공서나 혹은 먹을거리에 관심이 있는 단체가 있으면 가급적 신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달에 한번 혁신도시 행복장터를 중심으로 토닥토닥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과 협업하여 장터를 열고 있으며 이번 여름에는 술을 주제로 한 원주푸드페스타를 개최하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현재도 매달 100명에게 꾸러미를 나누어드리고 있으며 푸드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우리 인스타그램(원주푸드신활력플러스)에서 확인하고 신청하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먹거리를 먹는다는 것이 다른 지역의 농산물을 먹는 것보다 몸에 더 좋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고 또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역 먹거리를 사 먹는다는 행위가 곧 지역 농민들을 보호하고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며 그것이 내가 사는 이 원주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으며, 돌고 돌아 내 삶이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가 하는 사업이 그 길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36만 명의 시민들의 힘으로 2만여 명의 농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농사지을 수 있는 원주가 되었으면 하고 더 나아가 원주에 사는 모든 시민이 먹을 것 때문에 굶거나 아파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