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어느덧 물러가고 이제는 제법 가을 날씨인 양 밤낮으로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직업이 의사이다 보니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느끼는데 그 방법이 독특하다.평소보다 환자들이 몸무게나 체질량 지수 같은 비만 관련 수치가 늘어나는 것으로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추석 이후에 증가 폭이 더 커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달갑지만은 않다.
광역시도별 비만율 1위, 강원도
안타깝게도 필자의 생활 터전인 강원도가 2023년 3월 기준 광역시도별 비만율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더 아쉽게도 비단 올해뿐 아니라 약 10여 년째 불명예스러운 왕관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여전히 비만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이번 호에서는 비만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리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비만은 지방이 정상보다 더 많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비만을 가장 정확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체내 지방량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방만 따로 모아서 그 양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조금은 부정확하지만, 간접적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측정하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기준이 사람이라고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WHO 즉, 세계 보건 기구에서는 서구인과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 대해 비만 진단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 성인의 경우 서구인은 BMI 30㎏/㎡(키
160㎝면 76.8㎏, 170㎝면 86.7㎏)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실제로 서구 여러 나라에 가면 살이 엄청 많이 찌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 및 동양에서는 그런 분들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시아인은 25㎏/㎡(키 160㎝면 64㎏, 170㎝면 72.3㎏)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비만 치료의 핵심, 식이, 운동, 약물치료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비만 치료를 어떻게 할까? 병원의 비만 치료라고 얘기하면 무언가 거창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병원에서의 비만 치료도 기본적으로는 생활 습관 교정을 바탕으로 한다. 쉽게 말해서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실천이 정말 힘들어서 이를 잘 유지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의사가 도와줄 수 있다.
우선 ‘운동’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운동이라고 다 같은 운동은 아니다. 살빼는 운동법에 대해 알맞은 조언을 드리자면 운동의 ‘빈도’와 ‘강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필자가 외래에 비만 환자분들이 오시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운동을 하시나요?”이다. 많은 분이 1주일에 한번씩 산에 간다고 하시거나, 매일 30분 정도 걷는다고 하시는데 그건 운동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1주일이 4일 이상 즉, 이틀에 하루 이상 기본 30분 이상 쉬지 않고 등에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하시는 것이 비만 치
료의 정석이다. 30분 산책한다고 등에 땀이 나지는 않는다. 매일 1시간 정도 뛰시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다음은 ‘식습관’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총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배가 한 80% 정도 찼을 때 그만 드시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그리고 보통 기름기를 많이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지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음식이 소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으로 바뀌는가에 대한 수치를 혈당 지수(glycemic index, GI)라고 하는데 이 혈당 지수가 비만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면 설탕, 흰 쌀밥 등이 매우 높은 음식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흰 쌀밥
보다는 잡곡밥을, 빵은 호밀 빵을 더 추천하며 특히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밀가루 음식인 면 등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비만의 ‘약물치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많은 분이 정말 약만 먹어도 살이 빠지는지 물어보시는데 실제로 약만 먹어도 빠지긴 한다. 몇몇 독자들은 희망회로를 돌리고 계시겠지만 안타깝게도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계신다. 우선 비만 약제의 경우 약을 복용할 때는 살이 빠지긴 하지만 복용 중단을 하게 되면 다시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대부분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비만 치료제들은 부작용이 많은 편이라 3개월 이상 사용을 권유하지 않는다. 그리고 FDA 승인을 받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제들도 장기간 투여에 대해서는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모든 비만 약제의 경우 장기간 투여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고 살이 어느 정도 빠진 이후에는 더는 빠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비만 약제의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한 후 생활 습관 교정과 함께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약제를 사용해야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비만 치료에는 왕도가 없다. 살을 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분들은 답을 알고 있다. 생활 습관 교정이 가장 확실한 다이어트 방법이며 이를 바탕으로 의사의 상담 하에 적절한 약물치료가 병행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