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겨울로 접어들 때쯤, 빗방울 같기도 눈발 같기도 한 진눈깨비가 내리면 그것을 맞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때론 비가 되기도 하고 눈이 되기도 한다. 명칭에도 그러하듯이 사실상 그 안에는 비도 있고 눈도 있으니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봄철이 되면 뿌연 공기 속에 있을 법한 꽃가루와 미세먼지를 두고 사람들은 봄철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꽃가루다, 혹은 미세먼지다라고 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콧물·코막힘·재채기 호흡기 증상의 원인은?
봄철 미세먼지와 꽃가루 크기가 작을수록 폐포까지 도달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10μm 이하의 아주 작은 입자의 물질로 PM10이라고 하며, 대략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이것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의 입자를 PM2.5라고 하며,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이런 미세먼지들은 크기가 작을수록 호흡을 통해 우리 몸 깊숙이 들어올 수 있는데, 보통 5μm보다 작으면 폐포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3~5월과 10~12월에 주로 관찰되는데, 특히봄철에 심하다.
꽃가루는 어떠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의 꽃가루는 향기가 풍부하거나 색깔이 화려한 꽃에 의한 것이 아니다. 주로 바람에 의해 꽃가루를 날려 수정이 되는 풍매화(風媒花)들로서 꽃의 모양이 꽃가루를 잘 날려보내기 수월하도록 생겨서 일반인들은 꽃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의 꽃가루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대략 2.5μm 내외이며, 바람에 날려 먼
곳까지 쉽게 날아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꽃가루들은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호흡을 통해 폐 깊숙하게 들어갈 수도 있다. 봄철에 문제가 되는 꽃가루는 나무 꽃가루이며, 2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6월까지도 날릴 수 있다.
봄철 알레르기 비염 정확한 치료로 삶의 질 높여야
크기로 보면 꽃가루도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이지만, 꽃가루에 의한 우리 몸의 질병 반응은 알레르기 과민반응에 의한 것으로 주로 노출되는 코와 눈의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과민반응은 모든 사람에게서 확인되는 것은 아니며, 알레르기 반응이 잘 생기는 특정 소인을 가진 사람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꽃가루에 대한 알레르기 피부시험을 통해 원인 꽃가루가 확인될 수 있다. 하지만, 꽃가루가 아닌 미세먼지에 의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자동차 배기가스, 휘발성 유기화합물,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성분 등 다양한 입자의 혼합물에 의하여 비염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병을 악화시키고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폐기능저하나 심혈관질환 및 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은 예상되는 계절이 오기 전에 미리 약을 사용해서 증상을 줄여 볼 수 있으며, 한창 날릴 때에는 충분한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꽃가루에 대한 알레르기면역요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미세먼지는 일기예보를 잘 확인해서 나쁠 것으로 예상될 때에는 외출을 삼가하고, 만일 외출해야 한다면 KF80 또는 KF94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그 누군가 봄철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면, 이젠 그 뿌연 봄바람 속을 찬찬히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